본문 바로가기
영어영상

자막없이 영화보기. 지난 몇 년간의 기록. (영어공부를 몇 십년을 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고찰)

by 슈퍼보리 2024. 9. 5.

원래 한 개 볼 때마다 하나씩 글을 적었는데 이제는 귀찮아져서 그냥 수첩에다 기록 중이다. 내가 도대체 몇 시간이나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했는가 궁금해서 큰 맘 먹고 정리를 해 보았다.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아마도 2016년 정도부터 시작했던 것 같긴한데....

 

다시 기록을 하려니까 힘들었는데 끝내고 나니 후련하다. 나는 지금까지 25315분을 시청했다. 대충 400시간 정도가 된다.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몇 번이 있었는데, 크리스틴 벨이 주연이었던 the woman in the house across the street 어쩌구 하는 그저그런 드라마를 보았을 때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이 때는 정말 기뻤었는데 드라마에 빠져서 연속으로 몇 편이고 계속해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들으려 하지 않고 들리는 것만 가지고 이해하기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던 시리즈였다. 지금은 좀 더 진화하긴 했지만 나한테는 큰 깨달음이자 큰 변화였다.

 

추천할만 한 것으로는 역시 Supergirl 시리즈. 선악 구분이 확실하고 액션이 있어서 못 듣는게 많아도 아주 좋았다. 주인공도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She-ra and the princess of power 도 애들 만화이긴 하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좀 우스운 얘기로는 '늑대와 함께 춤을'을 자막없이 보다 보니까 계속해서 인디언 말로만 대화하는 부분이 있어서 황당했던 것(쉰들러 리스트도 내가 모르는 말과 함게 독일식 억양의 영어가 나와서 당황했었다.)이 있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는 전체를 자막없이 시청했다.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다.

 

일반적으로 80년대 이전의 영화들은 썩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녹음 문제 때문에 그런걸까? 80~90년대 영화들이 시청하기가 아주 좋았다.

 

지금은 모든게 다 들리지는 않지만 아주 어렵지만 않다면(진짜 안 들리는 영화가 있긴 하다) 한 뭉텅이의 소리가 한꺼번에 머리 속에 저장되는 정도의 수준이다. 어떨 때에는 듣고 안 듣고 차원이 아니고 완전히 푹 빠져들어서 시청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상태가 좋은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몇 년 꾸준히 하면 영어 듣기를 정복할 것 같았지만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우선 내용을 모르는데 꾸준히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띄엄띄엄 보았다.

 

결국은 지루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1. 설거지하면서 시청하면 졸리지 않다.

2. 누워서 시청하면 결국 졸리다.

3. 가능하면 서서 시청하거나 TV로 시청하면 안 졸리다.

4. 학습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지친다. 결국 재미로 봐야 한다.

 

자막 없이 시청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영어를 읽고 해석을 자동적으로 하게 되면 머리 속에서 이미 한국어의 말소리가 들린다. 즉, 영어의 말소리는 사라지고, 한국어의 말소리만 남게 된다. 몇 십년 영어 공부를 해도 영어가 안 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리라. 영어 공부를 하고 나서 한국어로 내용만 머리에 남아있으니 결국은 해석공부만 한 것이지 영어를 습득한 것은 아니다.

즉, 영어를 들어도 한국어로 내용 파악만 되고 영어의 소리가 저장되고 인출되지 않는다면 사실은 독해를 한 것과 다르지 않다. 영어를 많이 들었는데도 영어를 습득하지 못한 사람은 내부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영어의 소리가 머리 속에 저장이 되어야 하며, 그 소리가 적절히 인출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영어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소리가 머리에 남도록 한다면(한국어의 소리 대신에) 영어 읽기, 영어 듣기가 모두 같은 작업이 되어버린다.

다만 영어의 소리가 머리 속에 저장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영어를 듣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우선, 속도가 빨라서 해석이 못 따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 영어의 소리를 많이 듣고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그 소리를 저장하는 연습을 한다. 잠시 생각해 보면 그 소리를 인출해낼 수 있다. (내가 발음을 똑같이 하지는 못할 지라도. 마치 피아노 선율이 기억나는 것과 마찬가지.) 책을 읽을 때에도 큰 소리를 내서 읽는 연습을 한다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어로 해석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소리가 머리 속에서 울리도록 한다.

 

그러니까 자막을 켜놔야 하냐고, 아니면 켜 놓지 말아야 하냐고

- 아까 위에다 썼잖아요. 영어의 소리가 머리 속에 저장된다면 자막을 켜도 되고, 자막 때문에 한국어의 해석 소리가 머리 속에 저장된다면 자막을 끄라고요. 내면의 소리를 염두에 두고 학습하시면 돼요.

 

<추가한 내용: 2024. 10. 07.>

Kato Lomb님의 책을 다시 읽고 실천을 하다보니, 조금 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 추가로 작성한다.
소리가 적절히 떠오르게 하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다. 특히 수동적으로 학습을 하는 사람들은 그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같은 성인 학습자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 글을 읽다가 괜찮은 문구를 발견하게 되면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해두고, 그것을 활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한도 끝도 없고 그냥 일기나 메모를 영어로 작성하면서 내가 책에서 본 문구들을 사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본다. 이렇게 하면 능동적인 읽기가 되어서 읽은 것들을 영어 습득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책을 빠르게 읽기는 힘들다.

문구의 예:

1) prefabricated patterns
- as I said
- I was trying to

2) 단어의 사용법
- went bad
- on the way home


 

앞으로 한 페이지 적을 때마다 사진찍어서 올려야겠다.